
저자: 웬들린 밴 드라닌
번역: 김율희
출판: 에프
발행: 2017.08.30.
항상 전체 풍경을 봐야한단다. 그림은 단지 부분들이 합쳐진게 아니란다. 소는 그냥 소이고,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,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 줌의 빛이지만 그걸 모두 한 번에 같이 모은다면 마법이 벌어진단다.
-영화 플립(Flip) 대사.
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먼저 접했다.
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하나둘 떠올랐고, 마치 영화를 다시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.
책 역시 영화처럼 두 주인공의 시각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.
이 전개 방식 덕분에 같은 사건도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, 사람마다 세상을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는지가 극적으로 강조된다.
두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, 독자는 자연스럽게 감정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 겪게 된다.
줄리는 브라이스를 처음 본 순간 반해버렸지만, 시간이 흐르고 오해가 쌓이며 마음을 단호히 접는다.
반대로 브라이스는 줄리를 처음엔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보았지만, 점차 그녀의 진심과 매력을 알아가며 자신의 감정이 뒤집힌(flip)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.
두 사람의 감정이 서로 교차하며 뒤집히는 과정은,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.

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줄리가 사랑하던 그 플라타너스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.
줄리는 이 나무에 오르며 세상을 바라보고, 자기만의 감정을 다듬어간다.
비록 결국 그 나무는 베어지고 만다. 하지만 줄리의 집 마당에 새롭게 심어진 어린 나무는, 언젠가 다시 자라나 세상을 바라볼 큰 나무가 될 것이다.
그 장면은 마치 줄리 자신, 그리고 어린 시절의 상실과 성장을 상징하는 은유처럼 느껴졌다.

플라타너스 나무는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교정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.
'낭만의 나무'라는 별칭을 가진 만큼, 이름부터가 왠지 따뜻하고 감성적이다.
이 나무가 줄리와 작품 전체에 한층 더 깊은 낭만과 여운을 더해주는 장치처럼 느껴졌다.
『플립』은 단순한 청소년 성장 소설이 아니다.
그 안에는 첫사랑의 풋풋함, 상실의 아픔, 시선의 차이, 그리고 감정의 성장이 담겨 있다.
책을 덮고 나서도 줄리와 브라이스의 감정이 내 안에 오래도록 남았고,
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,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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